자유게시판
 
조성현  
방도 쾌적하고 외롭지 않아 참 좋아  
서울 금천 홀몸노인, 원룸형 공동주택 거주 3개월 “퀴퀴한 냄새나는 지하방에서 혼자 지내다 또래 노인들과 함께 살면서 텃밭도 가꾸고 수다도 떠니 참 좋죠.” 지난 3월 서울시 금천구 ‘보린주택 1호’에 입주한 권 모(여‧68) 씨는 ‘원룸 생활’ 3개월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권 씨는 구청에서 일용근로로 일하며 번 29만원 중 25만원을 월세로 내며 햇빛도 잘 들지 않는 방에서 10여년 동안을 혼자서 외롭게 견뎌왔다. 집 걱정이 사라진 만큼 그는 최근 다른 노인일자리를 알아보는 등 좀더 밝은 미래를 그리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시 전국 최초… 2018년까지 1000세대로 확대 월 임대료 5만~8만원… 1층 어울림방서 강습‧교제 서울시가 ‘효자손 서울’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독거노인 원룸형 안심공동주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안심공동주택이 저소득 홀몸노인 주거환경 개선에 효과를 줄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이 사업은 2013년 9월 서울시가 주최한 자치구 지역현안 토론회에서 시작됐다. 차성수 금천구청장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홀몸노인들 실정을 알리고 맞춤형 임대주택 사업을 제안했고 박 시장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사업이 진행됐다. 건설사가 집을 짓고 SH공사에서 매입하는 매입임대 방식으로 공공주택을 공급하기로 하고 건설분야 사회적기업에 일을 맡겼다. 지난해 4월 첫 삽을 뜬 공사는 7개월 뒤인 11월에 완료됐다. 자원봉사자와 이웃주민들이 이 공동주택의 주차장을 이용하고 노인 입주자들을 돌본다는 뜻에서 ‘보린(保隣)주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웃끼리 서로 돌봐준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인근 주민들의 입주 반대가 크지 않았다. 되레 보린주택이 들어서고 난 뒤 동네가 환해졌다고 이웃주민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보린주택 1호는 주차장 8면을 갖춘 5층 건물로 2~4층은 전용면적 14.44㎡부터 22.64㎡까지 15세대가 살 수 있는 원룸과 29.0㎡로 가장 규모가 큰 공간인 한부모가족용 방이 들어섰다. 가구마다 대학생들이 사는 원룸처럼 붙박이 옷장과 싱크대 및 세탁기를 설치했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승강기와 안전손잡이, 소일거리를 위한 옥상텃밭을 추가했다. 특히 1층 주차장 안쪽에는 어울림방을 마련, 매주 한차례 자원봉사자를 초청해 수지침이나 하와이 전통악기인 우쿨렐레 공연 등 건강·교양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금천구에 사는 홀몸노인 6022명 중 기초수급자는 1618명이다. 이중에서 구는 전수조사를 통해 지하‧반지하‧옥탑에 사는 514명을 입주대상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11월 입주자 공고를 실시했고 40여명의 노인이 입주를 신청했다. 구는 신청자 중에서 임대주택 입주자 선정 조건과 금천구 거주기간, 생년월일 등을 따져서 최종 16세대의 입주자를 선정했다. 금천구 관계자에 따르면 원룸에 입주하면 결혼식 때 받은 가구 등 소중한 물건들을 처분해야 해서 신청을 포기한 노인들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금천구는 저소득 노인들의 임대료와 관리비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실시했다. ‘주민소득지원 생활안정기금 운영관리조례’를 바꿔 임대보증금 부족분을 연리 2%에 지원했고,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에서 얻은 전력판매비용과 인근 주민에게 주차장을 월 3만원씩 임대해주고 받는 요금을 승강기‧정화조 등 공용 전기·수도료 납부에 보탰다. 이를 통해 가구당 월세는 적게는 5만2600원에서 많게는 8만4300원으로 낮췄는데, 이전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준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주택관리는 자활을 준비하는 40~50대 기초생활수급자 여성 주민 3명에게 맡겼다. 이들은 매일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1층 관리실에서 근무하며 어르신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청소 등 건물 관리업무를 맡는다. 서울시는 올해 10월에 시흥4동에 세워지는 보린주택 2호점을 포함해 금천구 54세대, 강동구 112세대 등 166세대의 홀몸노인 임대주택을 분양할 예정이다. 또 2018년까지 1000세대의 홀몸노인 임대주택을 보급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서울을 제외하고 다른 시도에서는 이런 유형의 사업을 주저하고 있다. 이유는 예산 문제가 크다. 보린주택 1호의 경우도 부지매입비용과 건축비 등으로 1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많은 노인들에게 혜택을 줘야하는 지자체로서는 막대한 예산을 쓰고 적은 인원만 혜택을 받는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사업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 경기도 관계자는 “노인 복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저소득 독거노인 주거 개선을 위한 사업은 아직까지 계획돼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갈수록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늘어나는 현재의 부동산 흐름상 저소득 홀몸노인의 주거복지를 위해 점차적으로 정부와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자체가 원룸을 매입해서 임대하는 것은 굉장히 경제적인 방법 중의 하나”라면서 “노인들끼리만 사는 공동임대주택 보다는 여러 연령대가 어울려 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세시대]배성호 기자